대련 공항에서 시작된 예측 불가능한 중국 여행
특히 준비 없이 떠났을 때, 그 여정은 더욱 험난해질 수밖에 없다. 나는 서울에서 수저우로 가는 길에 대련 공항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내가 마주한 첫 번째 문제는 바로 언어의 장벽과 정보 부족이었다. 중국어를 전혀 알지 못했고, 핸드폰은 점점 배터리가 닳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손에는 단 280위안만 들려 있었다.
처음 계획은 간단했다. 공항 라운지에서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비행기를 타거나 기차로 이동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계획과는 완전히 달랐다.
라운지의 문은 닫히고, 추위는 시작되다
오후 6시 30분, 여권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은 후 라운지를 찾아 헤맸지만, 이미 모든 라운지가 문을 닫은 상태였다. 대신 나는 공항의 추운 1층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
대련의 겨울밤은 상상 이상으로 추웠다. 공항 내부라고 해서 따뜻할 거라는 기대는 금세 무너졌다. 나는 따뜻함을 찾아 4층으로 올라갔지만, 보안 요원이 순찰을 돌며 나를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보냈다. 공항의 네 층 중 세 층이 문을 닫았고, 결국 나는 다시 1층으로 돌아와야 했다.
1층에는 나처럼 길을 잃은 듯 보이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벤치에 누워 담요를 덮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바닥에 앉아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 사이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낯선 언어가 여기저기서 들려왔지만, 그 말들이 내게는 모두 소음처럼 느껴졌다. 이방인으로서의 고립감이 서서히 나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핸드폰이 꺼지고 찾아온 절망
그때까지도 나는 핸드폰이라는 작은 기계가 내 생존의 유일한 연결고리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핸드폰이 꺼졌다—단순히 배터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작동을 멈춘 것이다.
처음에는 당황하지 않으려 했다. “괜찮아, 다시 켜질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큰 공포가 밀려왔다. 핸드폰이 없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기차 시간표를 확인할 수도 없고, 도움을 요청할 방법도 없었다.
나는 절망적인 마음으로 전원 버튼을 계속 눌렀다. 10번, 20번… 그리고 마침내 화면이 켜졌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화면은 몇 분 만에 다시 꺼졌다.
그 짧은 순간 동안 나는 필사적으로 WhatsApp 메시지를 확인했다—열여덟 개의 읽지 않은 메시지가 있었다! 기차역 정보를 찾아야 했기에 대화창을 뒤지고 스크린샷 속 중국어 문자를 메모했다. 그러나 다시 화면이 꺼졌고, 나는 또다시 반복해야 했다.
30분마다 전원을 눌러 핸드폰이 켜지기를 기다리는 과정은 마치 생존 게임 같았다. 그 짧은 몇 초 동안 정보를 수집하고 메모하며 스스로를 구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짓눌렀다.
혼돈 속에서도 버텨낸 첫날 밤
그렇게 첫날 밤이 지나갔다. 시간은 느리게 흘렀고, 나는 완전히 지쳐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대련 공항에서의 그 긴 밤은 나에게 혼돈 속에서도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내가 겪었던 이 경험은 단순히 불편함 이상의 것이었다. 그것은 내가 얼마나 기술과 연결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고, 동시에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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